2026년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시행령 개정안은 그 적용 방식을 구체화한 것으로, 향후 원·하청 간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핵심은 원청과 하청노조 간의 직접 교섭 구조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점입니다.
하청노조의 교섭권 강화가 중심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과 하청노조가 공식적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동안 도급구조에서는 원청은 법률상 ‘사용자’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의제 중 일부라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원청은 사용자로서 교섭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질적 지배력’은 안전보건 지휘·작업환경 조성·근로조건 형성 관여 등 일상적인 원청 관리범위를 포함하며, 향후 노동부가 세부 기준을 별도 지침으로 제시할 예정입니다.
교섭단위, 노동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개입
원·하청 간 교섭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습니다.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지만,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직접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구조가 시행령에 명시되었습니다.
노동위는 △업무 성질·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직종·계약형태·채용 방식 등 고용형태, △노조 조직범위 및 기존 교섭 관행, △이해관계의 공통성·통일적 근로조건 필요성, △노조 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합니다.
예컨대 원청노조 1개·하청노조 3개가 있는 경우 ①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원칙적으로 분리되고, ② 3개 하청노조를 개별로 볼지, 유사군으로 묶을지, 전체를 하나로 볼지는 노동위가 30일 내 결정하게 됩니다. 이는 하청노조의 실제 교섭권을 강화하고 다층적 교섭구조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도 하청노조 중심으로 재설계
교섭단위가 결정되면 하청노조들은 그 단위 안에서 교섭대표 노조를 다시 선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공동교섭단 구성, 위임·연합 방식의 자율적 연대를 적극 지원해 소수노조 배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교섭 의제나 사용자성에 대한 의견 충돌 시 판단을 돕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지원위원회’가 신설될 예정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토대로 하청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만큼 기업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 과정에서의 현실적 우려도 적지 않다
하청노조들의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여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하고, 협력업체가 많은 대규모 기업의 경우 하청노조가 수십 개 이상인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서는 ‘개별 교섭’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노동위원회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위가 하청노조를 몇 개의 묶음으로 나누더라도, 그 묶음별로 동일한 교섭안을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결국 다시 세부 교섭 테이블이 다수로 분화될지 역시 현실적인 쟁점입니다. 하청별 공정·업무·근로조건의 차이가 큰 업종은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뚜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